첫째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다.
지난 겨울 방학 동안 청소년 추천 도서를 몇 권 손에 쥐어 줬지만 읽지 않았다.
그중에 '탄소 중립으로 지구를 살리자고'라는 책은 한 달 동안 책을 쥐고 있는 모습을 봤다.
급기야 내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의찬아. 책장이 잘 안 넘어가면 과감하게 그 책은 덮어버려. 나중에 그 책을 다시 손에 들게 될 날이 있을 거야. 그때 다시 읽으면 돼.'
그렇게 방학이 끝나 중학교 2학년으로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했다.
학기 중에 대뜸 큰 아이가 다가와 얘기를 꺼냈다.
'학교에서 친구가 읽은 책이 있는데 그거 재미있는 거 같아. 그 책 사줘'
'책? 제목이 뭐야?'
'아몬드'
알라딘에 검색을 했다.
청소년 도서라고 검색되고 책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게 나온다.
바로 주문했다.
책이 도착했고 책 마지막 부분을 펼쳐 몇 쇄인지를 봤는데... 뜨악.
2017년 첫 출간된 책이고 66쇄라고 찍혀있다. 이거 굉장히 유명한 책이었다.(나는 책의 몇 쇄 출판인지를 확인하고 이렇게 판단하곤 한다)
책을 준 다음날 아이가 읽고 있는 모습이 간간히 내 눈에 보였다.
며칠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책 읽는 모습이 보이지 않길래 내가 물어봤다.
'의찬아. 얼마 전에 사달라고 했던 책은?'
'다 읽었어. 이틀만에 다 읽었는데...? 아빠도 읽어봐 재미있어.'
많이 놀랐다. 우리 아이가 책을 이틀 만에 읽은 적이 있었나?
나도 읽어봤다. 나도 이틀 만에 다 읽었다.
나는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는 책이라면 좋은 책이라는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내 기준에 이 책도 좋은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이라고 하는 정서적 장애를 가진 주인공 아이가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과 겪게 되는 이런 저런 삶의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욕설도 보이고 주인공의 친구로 나오는 아이는 가족 문제가 있는 폭력적인 아이인데 매번 욕설을 뱉어낸다.
이런 걸 의찬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나 싶어 책 읽다가 중간에 한번 물어 보았다.
'의찬아. 이거 욕도 많이 나오고 싸우는 내용도 나오는데 너 또래가 읽기에 좀 걱정이 되는데 어땠어?'
별 문제없고 그런 것 쯤은 알아서 걸러 낼 줄 안다는 말을 들었다. 내 아들이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있으면 바로 손에 쥐어줘야겠다.
잠깐 찾아보니 작가 손원평이란 분이 영화 평론가로 데뷔를 한 분이고 영화 연출가라고 나온다. TV를 잘 보지 않는데 꽤 유명한가 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한때 유명했던 정치인 손학규의 따님이라고 나온다.
아무튼, 이 책 중학생 친구들이 보기에 너무 괜찮은 책이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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